전문가, "배급량이 떨어진 것을 반드시 식량 부족과 동일시해서는 안돼"

함경남도 함흥의 한 애육원에서 어린이의 영양상태를 측정하는 모습(사진=유엔아동기금)

북한 당국이 지난달 주민들에게 일인당 하루 300g의 식량밖에 배급하지 못했다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25일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러한 배급량은 저조했던 7월 배급량과 같은 양으로, 지난 1분기와 6월 기록했던 400g 수준에서 대폭 줄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말했다.

또 북한 당국이 목표로 하는 573g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유엔의 1인 당 하루 최소 권장량 600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에도 300g을 공급했었고, 식량 사정이 좋지 못했던 2013년 9월에도 이보다 많은 390g을 할당했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25일 "배급량이 떨어진 것을 반드시 식량 부족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만약 북한 내 식량이 부족하다면, 옥수수 가격이 쌀 가격과 비슷하거나 별 차이지 나지 않아야 하지만, 현재 옥수수 가격은 쌀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식량이 부족했을 당시에는 옥수수 가격이 쌀 가격과 거의 비슷했다는 예를 들면서 당시에는 식량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쌀이든 옥수수이든 상관없이 곡물 가격이 높았다는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따라서 현재 주민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기 보다는 북한 당국이 수확 농작물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해 배급량이 줄어든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 사회의 지원 감소 등으로 과거보다 충분한 곡물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식량 배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의 식량 배급량 통계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조작된 정보를 유엔에 제공하고 유엔이 이를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며, "WFP가 제공하는 정보를 해석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 동안 북한의 식량 배급체계는 일부 주민에게만 적용됐고, 일반 식량 수급은 대부분 시장화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 상황은 배급량이 아니라 장마당 곡물 가격을 감안해 파악해야 한다"고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시장에서의 곡물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가파르게 인상된 것은 아니라"며, "북한 내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탁아소 어린이와 임산부, 수유모 등 64만9천여 명에게 비타민과 미네랄, 지방 등이 함유된 영양 강화식품 1천650t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5만여 명에게 2천114 t의 식량을 지원한 것과 비교해 22% 감소한 규모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자금 부족으로 대북 영양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달 영양 강화식품과 영양 과자를 표준 배급량의 3분의 2 정도밖에 지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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