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선발대가 지난 23~25일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위해 금강산 문화회관의 시설을 점검했던 모습(사진=노동신문)

북한이 29일 2월 4일에 금강산에서 남북 간 합동문화공연을 진행하기로 한 것을 취소한다고 통보해왔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날 밤 10시10분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우리측(남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등장하는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는 다음달 8일 진행하게 될 '건군절' 열병식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 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 17일 열린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개최 ▲북한 예술공연단이 남측을 방문 ▲남북스키선수들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합동훈련을 진행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구성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측 선발대가 지난 23~25일 금강산 문화회관 등의 시설을 점검하고, K팝 공연 개최 제안 등 2월 4일에 공연을 실시하는 것이 확실시돼 왔다.

그러나 북측이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게 되면서 다른 행사들의 실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공연 취소를 통보하게 된 것과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먼저 북한에서 치러질 행사를 위한 우리측의 경유 반입 및 전세기 사용과 관련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다.

정부는 금강산 문화공연을 위해 회관 발전시설을 가동하기 위한 경유 1만리터를 가져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으로의 경유 반입량을 연간 50만 배럴이하까지 허용하고 있어 우리가 가져가기로 했던 1만리터(63배럴)은 제재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독자제재로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을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따른다.

또 스키선수 합동훈련을 위해 우리측 선수가 탑승하게 될 전세기도 미국이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

정부는 양양공항에서 북한 갈마 비행장으로 국내 항공사의 전세기를 띄울 방침인데, 미국은 북한을 다녀온 비행기나 선박은 180일 동안 미국에 올 수 없다는 독자제재를 실행 중이다.

이같은 사안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이점을 의식해서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로 남북 간 대결 양상이 완화된 최근에도, "그들(미국)이 자나깨나 바라는 것이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정세 불안과 군사적 긴장 격화이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번 행사 취소 역시 대북제재의 빗장을 풀지 않는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금강산 공연이 열릴 예정인 '금강산 문화회관'이 북측이 몰수한 자산인데, 우리측이 점검하고 재가동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이 우리와의 합의사항까지 파기하면서 공을 들이는 건군절은 올해로 70주년을 맞는데, 본래 4월에 치러지던 행사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 하루 전으로 옮겨짐에 따라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합동브리핑에서 "(현재)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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