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대통령 회담 모습(사진=청와대)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해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과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대화의 동력을 만들었다는 평가로 엇갈리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말하는 북한과의 대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며, 이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급의 외교관들 간의 회동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공식 협상인 6자회담이라는 설명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북한과의 대화는 전자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그 동안에도 이처럼 외교 라인을 통해 북한 측 상대와 만날 의사를 보여왔지만, ‘뉴욕채널’을 닫아 버리는 등 대화를 꺼린 당사자는 북한이었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대화와 협상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며, 김정은 정권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중요한 변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게 아니라 그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라며, ‘예비 대화’는 관여 혹은 협상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는 펜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새로운 기류로 해석했다.

스트로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과거 미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대화 신호를 거부해온 만큼, 비핵화를 처음부터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고 북한과 탐색적 대화를 갖겠다는 펜스 부통령의 공개 발언은 미국 정책의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스트로브 연구원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다소 새로운 입장으로 보인다”며, “이를 동맹인 한국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미국은 동맹의 이런 입장을 계속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스트로브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탐색적 대화’ 의지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6개월여 동안 기본적인 소통 조차 거부해 온 북한이 어떤 종류의 대화에도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이 갑자기 ‘관여’에 나설 경우,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참해왔던 국제사회 역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 특사는 “펜스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새롭고 다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한국과의 대화에 나섬으로써 문재인 행정부 역시 이에 호응해 밝은 분위기를 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이 최대 압박 캠페인만을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이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예고한 만큼, 미-북 대화에 대한 접근법에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라”면서도, “전략적 유연성이 앞으로 미-북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보다 많은 자유를 줬다”고 분석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이고, 이는 훨씬 유연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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