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기만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삭간몰 미사일 기자(사진=CSIS)

북한이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용하고 있다는 미 연구소의 보고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며, 합의 위반도 아니라고 평가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 내용은 새로운 게 아니라며, 미 행정부는 해당 미사일 기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VOA에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에 관련 미사일 기지가 누락됐다면 새로운 일이겠지만, 북한은 ‘핵 신고서’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이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북한이 미국을 기만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성명’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북한이 늘 해오던 대로 핵과 미사일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모두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기지에 주목한 CSIS의 보고서를 세부적 내용이 기술된 흥미로운 것이었다”고 평가한 뒤, “여기에 놀라운 반응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북한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뿐 아니라 중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 여러 곳이 이미 파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직 관리들은 이번 CSIS의 보고서로 ‘싱가포르 성명’의 문제점이 다시금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만 담긴 만큼 북한이 핵 관련 활동을 계속해도 하나도 놀랍지 않다”면서, “이는 미-북 간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핵 물질을 생산하고, 핵 무기를 제조하는 등 평소에 하던 모든 것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사실상 미-북 간에는 북한의 위반 사항을 지적할 만한 합의 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도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 기지를 건설한다 해도 합의를 위반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한 해커 박사에게 처음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번 CSIS의 보고서가 미-북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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